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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by 아보마요 2018. 11. 14.


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창이 크게 트여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열망하는 두 여자.
멋진 창을 가진 여자 주란과 그렇지 못한 여자 상은의 뒤틀린 연대를 그린 이야기
이야기는 두 여자의 관점을 오가며 서술된다.

작가는 명상센터에서 창문의 풍경을 보며 이런 집에 산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엔 창 따위는 현재나 미래의 행복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당이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이야기의 시작은 두 여자의 결혼생활에서부터였다. 불행을 암시하는 모습이 많이 표현되는데 그게 모두 현실적이라 놀랐다.
상은도 부부가 아닌 연인일 때에는 행복했다. 자신도 좀 더 나은 사람을 연기하고 그의 남편도 더 좋은 사람인 척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행복했다. 하지만 가족이 된 후 욕망을 감추지않고 드러내면서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한다. 
주란은 우아한 듯 보이지만 속에는 속물적인 본성이 있고, 이상적인 삶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의 남편은 그것을 이용해 주란 위에 군림한다. 그렇게 주란은 남편의 물질적인 보호 안에서 중요한 결정과 정보에서는 제외된 채 어린아이처럼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불행한 두 부부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이렇게 극적이진 않지만, 어느 가정에서나 어떤 관계에서나 조금씩은 있을 수 있는 모습이다. 상대를 무시하며 중요한 얘기는 해주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처음에는 부정적인 모습은 숨기고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고 가끔은 보았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과 당하는 사람의 심리묘사가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이 이야기가 특이한 점은 수많은 살인사건 가운데 온전히 피해자이기만 한 역할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문제가 있었고, 가진 것에 상관없이 모두 저마다의 불행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상은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

이 소설을 읽은 건 더운 여름이었는데, 긴박한 전개에 집중하느라 땀도 흘리고, 소름 돋는 반전에 흘렸던 땀이 차갑게 식는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