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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낙하하는 저녁

by 아보마요 2018. 7. 16.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아직 사랑하는 전 연인의 애인이 함께 살자고 찾아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앞으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전개와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8년을 사귄 연인 다케오와 헤어진 리카의 일상은 마치 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헤어져서 분명 힘이 든데도 표현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랬던 리카의 일상에 헤어진 연인의 현 애인인듯한 하나코가 들어왔다.
하나코 자체는 흑백이지만 주변에 생기를 가득 안고서.

처음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의 상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반전을 바랐다.
8년이나 사귄 연인이 고작 사흘만난 여자때문에 헤어지자고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8년을 만난 연인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사랑도 주지 않지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하나코였다.
우리는 리카의 시선을 통해서 하나코의 이야기를 알아가고 받아들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하나코의 설정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야기 속에서 너무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 사랑의 원인을 찾지 말라는 그 설정이 너무 판타지스럽다.

소설의 결말은 비극이었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해방감을 선물했다.
마치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처럼 한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남은 사람들이 치유되었다.

어둡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표현해내서 소설자체는 아름답다고 느꼈다. 
하지만 리카의 아픈 마음과 본질적인 외로움을 가진 하나코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는 이 소설을 잠시 미뤄두는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