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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by 아보마요 2018. 7. 16.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 김혜리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서 그 작품들을 봤어요” 비평가가 듣고 싶은 찬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며 문학평론가가 말했다.
읽기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총 40편의 영화가 소개되었지만 내가 아는 영화는 3분의 2정도였다.
아는 작품들은 작가의 뛰어난 분석과 감상평에 새롭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며 읽었고, 본 적 없는 영화에 대한 평은 영화를 너무 보고싶게 만들거나(‘브루클린‘, ‘매기스 플랜‘과 ‘노 홈 무비‘가 그랬다) 헷갈리는 인물들과 영화의 배경때문에 혼란스러워 보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그 포기한 글들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작가도 인용한 것이지만 “본 것을 적어두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책에서 작가는 영화를 통해 본 많은 것들을 정말 놓치지 않고 적어두었다.
내가 봤던 영화들에 그런 말들이 있었는지 처음 알 정도로 그리고 다시 감동을 받게 해줄 정도로 중요한 부분들과 스쳐 지나온 부분들을 꼬집었다.

나 또한 최근들어 감명 깊은 글이나 감상들이 모두 쉽게 잊혀지고 사라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지만 책을 보고 독서노트에 기록하며 조금씩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이 책은 그 독서노트에 지금까지 중 제일 많은 글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 독서기록 가운데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 영화는 바로 ‘와일드‘이다.
영화를 보고 원작까지 찾아서 읽었을 만큼 감명 깊었지만 작가처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와일드의 주인공 셰릴의 여행에는 목표가 없었다는 것과 그 여행 이후의 삶은 여행의 경험으로 얻어낸 선물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길고 호된 물리적 고역의 부작용으로서 닥친 것이라는 것.
내가 인상깊게 볼 수 있도록 해준 그 모호한 무언가를 작가가 제대로 설명해주었다.
이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처럼 운이 좋아서 얻어낸 것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몸을 힘들게 해서 얻게 된 깨달음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셰릴이 여행 중 보여준 한명의 인간이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자신의 등에 짊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 외에는 삶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소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작가.
혼자서도 충분히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고 그 외에 필요하지 않은 소유물들, 내가 가지고 있거나 그러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며 마음이 가벼워졌다.

봤던 영화는 더 감명깊게 만들어주고, 그의 감상을 따라가보고싶어 보지 못한 영화도 보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쓴 작가.

이 책은 북튜버 ‘겨울서점‘님의 책장소개영상을 보고 읽게 되었는데, 김혜리라는 영화평론가와 아름다운 감상과 글들이 가득한 책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